티스토리 뷰
목차

1학기 시험 성적을 확인하다가 한 과목에서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시험 점수가 낮아서가 아니라, 출석률이 기준에 미치지 못해 그 과목을 이수하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보통 한 과목이 3학점이니 정확히 말하면 3점을 못 받은 것이 아니라, 출석률 미달로 3학점을 취득하지 못한 것입니다.
성적을 확인하는 순간 누구보다 제 자신에게 화가 났습니다.
아이들에게는 늘 미루지 말라고 잔소리했습니다. 숙제는 닥쳐서 하지 말고 미리 해두라고 했고, 해야 할 일부터 끝낸 다음 놀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제 성적표에서 출석률 미달을 확인하니, 잔소리를 듣던 아이가 제가 된 것 같았습니다.
‘그러게 왜 자꾸 미뤘어.’
아이들에게 했던 말을 그대로 저 자신에게 하고 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공부만 하는 아이들이 부럽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물론 아이들도 공부가 힘들겠지만, 직장과 육아와 집안일을 모두 끝낸 뒤 남은 시간에 강의를 듣는 일이 이렇게 어려울 줄은 직접 해보기 전까지 몰랐습니다.
사회복지사 공부는 제가 원해서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하고 싶은 공부라면 무조건 더 열심히 할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하고 싶은 마음과 실제로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은 다른 문제였습니다.
학점은행제 9과목을 신청한 이유
학점은행제로 사회복지사 과정을 시작하면서 플래너의 안내에 따라 9과목을 신청했습니다.
학위 취득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려면 가능한 과목을 많이 듣는 편이 좋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저도 깊게 따져보지 않고 9과목을 해야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학점은행제를 처음 시작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플래너가 짜준 계획대로 따라가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온라인 수업이니 출퇴근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집에서 원하는 시간에 들으면 어떻게든 가능할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9과목의 강의를 실제로 듣기 시작하니 생각보다 감당해야 할 시간이 많았습니다. 과목마다 강의가 올라왔고 정해진 출석 인정 기간 안에 수강을 마쳐야 했습니다. 강의만 틀어놓는다고 바로 출석이 인정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제가 이용한 교육원에서는 강의 한 편을 약 40분 동안 들어야 했습니다. 빠른 배속으로 재생할 수도 없었습니다. 강의를 끝까지 듣고 뒤에 나오는 문제까지 풀어야 수강한 것으로 인정됐습니다.
한 과목의 강의 하나만 생각하면 40분이 길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9과목의 강의가 매주 쌓이니 이야기가 달라졌습니다. 강의뿐 아니라 과제와 토론, 시험 일정까지 함께 챙겨야 했습니다.
.
플래너의 계획이 틀렸다는 뜻은 아닙니다.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많은 과목을 이수하는 방법을 안내받았고, 저도 그 계획에 동의해 신청했습니다. 다만 그 계획을 실제로 감당해야 하는 사람은 저였습니다.
누군가 짜준 계획이 제 생활에도 맞는지는 별도로 생각했어야 했습니다.
온라인 강의 출석률을 놓친 과정
온라인 강의는 시간과 장소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직장과 육아를 병행하는 저에게도 그 점은 분명히 도움이 되었습니다.
문제는 자유롭게 들을 수 있다는 생각이 강의를 자꾸 뒤로 미루게 했다는 것입니다.
정해진 시간에 강의실에 들어가야 하는 수업이었다면 다른 일정을 조정해서라도 참석했을 것입니다. 온라인 강의는 오늘 못 들으면 내일 들으면 된다고 생각하기 쉬웠습니다. 내일이 되면 또 다른 집안일이 생겼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다시 미루게 되었습니다.
집안일을 하면서 강의를 켜놓은 적도 많았습니다. 설거지를 하면서 교수님의 설명을 들었고, 빨래를 정리하며 화면을 확인했습니다. 강의를 듣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했지만, 집중해서 공부한다고 보기는 당연히 어려웠습니다.
너무 피곤한 날에는 강의를 켜놓고 잠이 든 적도 있습니다.
분명히 재생을 눌렀는데 다음 날 확인해 보니 정상적으로 수강 처리가 되지 않은 적도 있었습니다. 강의를 끝까지 듣고 마지막 문제까지 풀어야 출석이 인정되는데, 중간에 잠이 들었으니 완료될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 바로 다시 들었어야 했지만 다른 과목의 강의와 과제까지 밀리면서 우선순위를 정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한 과목을 놓치기 시작하니 밀린 강의가 부담스러워졌고, 부담스러우니 다시 확인하는 것도 미루게 되었습니다.
결국 한 과목은 출석률 기준을 채우지 못했습니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은 평가인정 학습과정에서 성적이 60점 이상이고 출석률이 80% 이상인 과목만 학점으로 인정합니다. 시험과 과제를 잘했더라도 출석률이 80%에 미치지 못하면 해당 과목의 학점을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제 경우도 ‘시험에서 3점을 덜 받았다’는 의미가 아니었습니다. 한 과목을 정상적으로 이수하지 못해 그 과목에 배정된 3학점을 취득하지 못한 것입니다.
성적표를 확인하고 나니 그동안 강의를 미뤘던 순간이 하나씩 떠올랐습니다. 설거지를 하며 대충 들었던 날, 피곤해서 켜놓고 잠들었던 날, 내일 들으면 된다고 넘겼던 날이 결국 출석률 미달로 돌아왔습니다.
누가 시켜서 시작한 공부였다면 핑계를 댔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제가 원해서 시작한 공부라 더 속상했습니다.
온라인 시험은 오히려 부담이 적었습니다
온라인 강의의 출석 관리는 힘들었지만, 시험은 생각보다 부담이 적었습니다.
제가 수강한 교육원의 온라인 시험은 오픈북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모르는 내용이 나오면 교재와 학습자료에서 관련 부분을 찾으며 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무조건 외운 내용을 기억해 내야 하는 시험보다 필요한 내용을 찾아 적용하는 방식이 저에게는 잘 맞았습니다. 병원이나 보험 업무를 하면서도 모르는 내용을 자료에서 찾아 확인하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자료를 검색하고 필요한 부분을 찾는 과정이 완전히 낯설지는 않았습니다.
시험 시간이 정해져 있으니 마냥 여유로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원하는 내용을 빨리 찾으려면 어느 부분에 어떤 내용이 있는지 기본적인 공부는 해둬야 했습니다. 그래도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끼는 40대 학습자에게 오픈북 시험은 비교적 부담이 적었습니다.
다만 이는 제가 수강한 교육원의 시험 방식에 관한 경험입니다. 모든 학점은행제 교육기관의 시험이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습니다. 시험 방식과 부정행위 기준, 응시시간은 교육기관마다 확인해야 합니다.
공부하면서 알게 된 것은 온라인 수업이라고 해서 모든 과정이 쉬운 것도 아니고, 반대로 모든 부분이 힘든 것도 아니라는 점입니다.
저에게는 오픈북 시험보다 매주 출석을 놓치지 않는 일이 훨씬 어려웠습니다.
아이들에게 했던 잔소리...
출석률 미달로 한 과목의 학점을 취득하지 못했다는 사실보다 더 마음에 걸린 것은 제 태도였습니다.
아이들이 숙제나 공부를 미루면 저는 계획을 세우라고 말했습니다. 나중에 한꺼번에 하려고 하면 더 힘들어진다고도 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정작 저는 그 말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습니다.
성적표를 확인한 날에는 제가 아이가 된 것 같았습니다.
‘그러게 미루지 말라고 했잖아.’
누가 저에게 잔소리한 것도 아닌데, 제가 아이들에게 했던 말이 그대로 돌아왔습니다. 민망하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공부만 할 수 있는 아이들의 시간이 부럽게 느껴졌습니다.
물론 아이들에게도 학교생활과 친구관계 등 나름의 어려움이 있습니다. 다만 직장에 다니고 아이를 키우며 집안일까지 챙긴 뒤 공부하는 입장이 되고 보니, 공부할 시간이 있다는 것 자체가 귀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렇다고 시간이 없었다는 말로 출석률 미달을 모두 설명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처음부터 9과목을 신청하면서 실제로 필요한 시간을 제대로 계산하지 않았고, 온라인이니 어떻게든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강의를 미룬 것도 결국 제 선택이었습니다.
이번 경험을 통해 계획은 목표를 빨리 달성하는 방향으로만 세워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시간과 체력까지 포함해야 현실적인 계획이 됩니다.
2학기를 쉬기로 결정한 이유
처음에는 학점을 취득하지 못한 과목이 생겼으니 다음 학기에 더 열심히 만회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쉬면 학위 취득이 늦어지고 사회복지사 1급을 준비하는 시기도 밀릴 수 있다는 걱정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다음 학기에는 한의원 입사도 예정되어 있습니다.
다시 직장에서 업무를 배우는 것만으로도 한동안은 많은 에너지가 필요할 것입니다. 출퇴근과 육아, 집안일에 학점은행제 수업까지 다시 무리하게 넣으면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민 끝에 2학기는 쉬기로 했습니다.
공부를 포기한 것은 아닙니다. 계속 가기 위해 잠시 속도를 조절하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빨리 끝내겠다는 마음으로 무리하게 과목을 신청했다가 다시 출석을 놓치면 시간과 비용을 모두 잃을 수 있습니다.
이번 학기에는 새로운 직장에 적응하고 생활 리듬을 먼저 잡아보려고 합니다. 실제로 공부에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한 뒤, 다음에는 제 생활에 맞는 과목 수로 다시 계획할 생각입니다.
학점은행제든 다른 공부든 하고 싶은 마음만으로 계속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이를 키우고 직장에 다니면서 공부하는 사람에게는 대신 집안일을 해주거나 밀린 강의를 들어줄 사람이 없습니다. 강의를 들을 시간도, 과제를 할 시간도 결국 스스로 만들어야 합니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상황에서 계획 없이 의욕만 앞세우면 몸과 마음이 먼저 지칠 수 있습니다.
다음에는 플래너의 설명을 듣는 데서 끝내지 않고 과목별 수업시간과 출석 기간, 과제와 시험 일정을 제가 직접 확인하려고 합니다. 한 주에 공부할 수 있는 시간도 실제 생활을 기준으로 계산해 볼 생각입니다.
건강관리도 공부 계획에 포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피곤해서 강의를 켜놓고 잠이 들 정도라면 의지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충분히 자지 못한 상태에서 직장과 육아, 공부를 모두 완벽하게 하려는 것은 오래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이번에 3학점을 취득하지 못한 일은 분명히 아쉽습니다. 그래도 이 경험 덕분에 사회복지사 1급까지 가는 계획을 다시 현실적으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빨리 끝내는 계획보다 끝까지 이어갈 수 있는 계획이 지금의 저에게는 더 필요했습니다.
이번 2학기는 쉬지만 공부를 그만둔 것은 아닙니다. 새로운 직장과 생활에 적응한 뒤, 다음에는 남이 짜준 속도가 아니라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속도로 다시 시작하려고 합니다.
※ 평가인정 학습과정은 일반적으로 성적 60점 이상과 출석률 80% 이상을 모두 충족해야 학점으로 인정됩니다. 한 학기에는 수업을 통해 최대 24학점까지 인정받을 수 있으므로, 수강 신청 전 국가평생교육진흥원 학점은행제에서 학기 구분과 인정 한도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생활하다 보니 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 40대 중반, 다시 한의원에서 일해보니 (0) | 2026.08.27 |
|---|---|
| 어린이집 보건교사 근무 후기 (업무, 월급, 퇴사 이유) (0) | 2026.08.08 |
| 사회복지사 1급 준비 (학점은행제, 40대 공부, 노후 준비) (1) | 2026.08.07 |
| 스팟 워크 (초고령사회, 유연근무, 시니어일자리) (0) | 2026.08.06 |
| 거북목 일자목 원인과 증상 (추나요법 치료 횟수) (1) | 2026.08.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