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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일을 쉬다가 다시 출근하기 시작했습니다.
면접을 보고 합격 연락을 받았을 때만 해도 이제 다시 일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그런데 막상 첫 출근을 하고 보니 마음이 조금 달랐습니다.
제가 경력이 없는 것도 아니고 한의원에서 일해본 경험도 있었습니다. 병원에서 근무했던 시간도 꽤 길었으니 새로운 곳이라고 해서 크게 어려울 것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사람 일이 참 그렇더라고요.
내가 알고 있는 업무와 실제로 그곳에서 해야 하는 일은 다를 수 있고, 내가 익숙한 방식이 그곳에서는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이번에는 이미 운영되고 있는 곳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 신규로 문을 연 한의원이었습니다.
직원 모두가 새로운 공간에서 처음부터 손발을 맞춰야 했습니다.
다시 출근한다는 것
40대 중반이 되어 다시 직장에 들어가니 예전과는 마음가짐부터 조금 달랐습니다.
젊었을 때는 새로운 직장에 들어가면 빨리 배우고 빨리 적응하는 것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모르는 것이 있어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라고 생각했고, 조금 힘들어도 일단 버티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조금 다릅니다.
일을 할 수 있는 시간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얼마나 오래 일할 수 있을지도 생각하게 됩니다. 단순히 취업했다는 사실보다 내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환경인지, 일과 생활을 함께 가져갈 수 있는지를 더 많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처음부터 모든 것을 잘하려고 하기보다는 하나씩 익혀가자는 마음으로 출근했습니다.
처음 며칠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이 보였습니다.
병원이나 한의원에서 사용하는 프로그램도 각각 다르고, 환자를 응대하는 방식도 달랐습니다. 예전에 했던 업무라고 해서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경력이 있다는 것이 일을 쉽게 만들어주는 부분도 있지만, 반대로 예전에 익숙했던 방식을 내려놓아야 할 때도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경력자가 모인 신규 한의원
제가 근무하는 곳의 직원은 모두 7명입니다.
특이한 점은 저를 포함해 대부분이 다른 의원이나 한의원에서 근무했던 경험이 있다는 것입니다.
누군가는 데스크 경험이 있고, 누군가는 치료실 업무를 해봤습니다. 각자 나름대로 일을 해본 사람들이 모였으니 처음에는 오히려 수월할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일을 시작해 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았습니다.
사람마다 이전 직장에서 배운 방식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같은 접수 업무를 해봤더라도 순서가 조금씩 다르고, 환자에게 설명하는 방법도 다릅니다. 업무를 처리하는 속도도 다르고 일을 보는 기준도 다릅니다.
기존에 잘 운영되고 있는 곳이라면 이미 만들어진 시스템에 맞춰 일하면 됩니다.
하지만 신규 개원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우리끼리 처음부터 맞춰야 하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나는 전에 이렇게 했는데’라는 생각이 한 번씩 들 수밖에 없습니다.
저도 그런 순간이 있었습니다.
예전에 일했던 곳에서는 이런 방식이 더 익숙했는데, 여기에서는 다른 방식으로 하라고 하면 처음에는 어색합니다.
그렇다고 예전 방식이 무조건 옳은 것도 아닙니다.
새로운 곳에는 새로운 이유가 있을 테니까요.
내 방식이 정답은 아니었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자신만의 업무 방식이 생깁니다.
오랫동안 같은 일을 하다 보면 어떤 순서로 해야 편한지, 어떤 방법으로 해야 실수가 적은 지 나름대로 기준이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그 기준을 다른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하려고 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신규 개원이라는 상황에서는 특히 그렇습니다.
한 직원이 예전 직장에서 하던 방식을 계속 주장하면 다른 직원들은 그 방식에 맞춰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작은 차이처럼 보이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면 직원들 사이에서도 피로감이 생깁니다.
저는 이번에 일을 시작하면서 이 부분을 많이 생각하게 됐습니다.
‘내가 전에 이렇게 했으니까 이것이 맞다’가 아니라 ‘이곳에서는 어떤 방법이 가장 효율적일까’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경력이 많다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경험은 분명 큰 자산이지만, 새로운 환경에서는 그 경험을 내려놓을 줄 아는 것도 필요했습니다.
40대가 되어 다시 취업하면서 이런 부분은 오히려 젊었을 때보다 더 많이 생각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환자를 대하는 모습도 중요하다는 점
일하면서 또 하나 눈에 들어왔던 것은 환자를 대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업무를 정확하게 처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환자가 느끼는 분위기도 무시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직원에게는 하루에도 여러 번 반복되는 안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그날 처음 듣는 설명입니다.
접수할 때 어떤 표정으로 이야기하는지, 질문을 했을 때 어떻게 대답하는지, 치료를 기다리는 동안 어떤 안내를 받는지에 따라 같은 병원이라도 느껴지는 분위기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직원들끼리 일을 하다 보면 특정 직원의 환자 응대가 조금 아쉽다는 이야기가 나올 때도 있었습니다.
저 역시 옆에서 보면서 ‘조금만 더 부드럽게 이야기하면 좋을 텐데’라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 사람을 나쁘게 생각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사람마다 말하는 습관이 다르고, 이전 직장에서 익숙해진 응대 방식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다만 의료기관에서 일한다면 환자를 대하는 말투와 태도는 업무 능력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환자는 아프거나 불편해서 찾아오는 사람이고, 치료를 받기 위해 자신의 시간과 비용을 사용하는 사람입니다.
특히 처음 방문한 사람이라면 접수부터 치료과정까지 모든 것이 낯설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직원의 짧은 한마디가 생각보다 크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저도 환자를 응대할 때 ‘내가 이 사람이라면 어떤 설명을 듣고 싶을까’를 한 번 더 생각하려고 합니다.
7명이 함께 맞춰가는 중
신규 개원한 곳에서 일한다는 것은 직원들도 함께 적응해야 한다는 뜻이었습니다.
평일 3일과 주말 1일을 근무하는 로테이션이라 매일 같은 직원들이 함께 근무하는 것도 아닙니다.
오늘 같이 일했던 사람이 다음 근무일에는 없을 수도 있고, 그 사이에 업무 방식이 조금 달라져 있을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직원끼리 전달해야 할 내용도 많습니다.
‘내가 알고 있으니 다른 사람도 알고 있겠지’라고 생각하면 작은 부분에서 문제가 생깁니다.
신규 개원 초반에는 이런 시행착오를 피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문제가 생기지 않는 것이 아니라 같은 문제가 계속 반복되지 않도록 하나씩 정리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가 잘못했는지를 찾는 것보다 다음에는 어떻게 하면 실수가 줄어들지를 이야기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될 때도 있습니다.
저도 아직 배우는 중입니다.
경력이 있다고 해서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니고, 새로운 곳에서는 저 역시 한 명의 신입과 같은 마음으로 배워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40대 재취업에서 생각하게 된 것
40대 이후 다시 일을 알아보는 과정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취업하고 나니 또 다른 고민이 생겼습니다.
‘취업하는 것’과 ‘오래 다니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는 것입니다.
급여와 근무시간도 중요하지만 그 못지않게 내가 맡게 될 업무가 무엇인지, 직원들과 어떤 방식으로 일하는지, 내 생활과 근무시간이 맞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특히 40대 이후에는 가정에서 해야 할 일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습니다.
아이를 챙겨야 할 때도 있고, 집안일도 해야 합니다. 직장에서 힘든 일이 있었다고 해서 집에 와서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취업을 준비하면서 ‘어떤 일이든 일단 들어가자’는 생각보다는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조건인지 조금 더 따져보게 됐습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맞출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 몇 가지 정도는 정해놓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근무시간은 감당할 수 있는지, 출퇴근 시간이 너무 길지는 않은지, 주말근무가 있다면 가족생활과 맞출 수 있는지, 업무 범위가 지나치게 넓지는 않은지 정도는 미리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면접에서 궁금한 것이 있다면 눈치 보지 말고 물어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예전에는 ‘이런 것까지 물어봐도 되나?’ 싶어서 그냥 넘어간 적도 많았습니다.
지금은 오히려 입사하고 나서 후회하지 않으려면 미리 확인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아직은 적응하는 중
지금은 아직 새로운 직장에 완전히 익숙해졌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7명이 서로 다른 곳에서 일하다가 한 곳에 모였고,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군가는 자신의 방식을 내려놓아야 하고, 누군가는 다른 사람의 방식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예전에 경험했던 방식이 편하다고 해서 그것만 고집할 생각은 없습니다.
이번에는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방법을 배우면서 저에게 맞는 부분은 받아들이고, 아닌 부분은 조금씩 조절해보려고 합니다.
40대 중반에 다시 시작한 직장생활이라 예전보다 신중해진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신중해졌다고 해서 새로운 것을 시작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이 있기 때문에 무엇을 중요하게 봐야 하는지는 예전보다 조금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신규 개원 한의원에서 일하는 것도 아직 진행형입니다.
앞으로 시간이 지나 직원들이 서로 더 익숙해지고 업무가 안정되면 지금과는 또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그저 하루하루 출근하면서 배우고 있습니다.
40대 이후 다시 일을 시작하는 분들도 아마 비슷하지 않을까요?
처음부터 완벽하게 맞는 직장을 찾는 것보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 안에서 오래 일할 수 있는 곳을 찾아가는 것.
저도 이번에는 그렇게 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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