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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하다 보니 기록

어린이집 보건교사 근무 후기 (업무, 월급, 퇴사 이유)

livingnote-kr 2026. 8. 8. 15:02

목차


    둘째가 16개월쯤 되었을 때 다시 일하고 싶다는 마음이 무척 컸습니다.

    둘째를 임신하고 일을 쉰 기간은 겨우 2년 남짓이었지만 저에게는 그 시간이 길게 느껴졌습니다. 살림에도 익숙하지 않았고 시어머니와 계속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것도 솔직히 편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이 싫었다기보다는 엄마, 며느리가 아닌 제 이름으로 다시 일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교차로에서 어린이집 보건교사를 구한다는 채용공고를 발견했습니다. 지원 자격에는 간호사 또는 간호조무사 자격이 적혀 있었습니다. 어린이집은 집에서 걸어서 약 15분 거리였습니다.

    공고를 보자마자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둘째가 아직 어려서 취업하더라도 아이를 어디에 맡길지가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그런데 운이 좋게 둘째와 같은 어린이집에 다닐 수 있었습니다. 저의 출근시간이 둘째의 등원시간이 되는 셈이었습니다.

    당시 큰아이도 초등학교 3학년에 올라갈 때라 아직 엄마의 손길이 필요했습니다. 일을 시작해도 되는지 고민했지만 지금이 아니면 다시 일할 용기를 내기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감사하게도 면접에 합격했고, 그렇게 둘째와 함께 어린이집으로 출근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린이집 보건교사로 취업하다

    제가 지원한 채용공고의 모집 분야는 어린이집 보건교사였습니다. 간호조무사 자격을 지원 요건으로 인정받아 채용됐고, 어린이집에서도 보건교사로 근무했습니다.

    현재 법령의 공식 배치기준에서는 영유아 100명 이상을 보육하는 어린이집에 간호사 1명을 두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때 간호사에는 간호조무사가 포함됩니다.

    따라서 어린이집 채용 현장에서는 보건교사나 보건선생님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더라도 지원 자격은 간호사 또는 간호조무사로 정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가 근무할 당시의 채용공고도 그런 형태였습니다.

    최근에는 어린이집에서 간호사 면허를 가진 사람을 보건교사로 채용하는 곳이 많다는 이야기도 듣습니다. 실제 최근 공고를 보면 간호사 면허를 필수로 정한 곳도 있고,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모두 지원할 수 있도록 한 곳도 있습니다.

    어느 자격을 요구하는지는 어린이집마다 다르므로 채용공고를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제가 근무했던 당시에는 간호조무사 자격으로 보건교사에 지원할 수 있었고, 그 자격으로 약 5년 동안 근무했습니다.

    무엇보다 둘째와 함께 출퇴근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집에서 어린이집까지 걸어서 15분 정도였기 때문에 큰아이의 학교생활까지 챙기며 일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경력도 이어가고 어린아이도 가까이에서 돌볼 수 있어 정말 감사한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보건교사는 어떤 일을 할까

    어린이집 보건교사라고 하면 아이가 다쳤을 때 상처를 처치하거나 아픈 아이를 살펴보는 모습을 먼저 떠올립니다.

    저도 처음에는 보건업무를 중심으로 일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이가 열이 나거나 다치면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한 처치를 했습니다. 약을 먹어야 하는 아이는 보호자가 작성한 투약의뢰서와 약을 확인했습니다. 건강 관련 기록을 정리하고 아이의 상태에 따라 보호자에게 연락하는 일도 했습니다.

    어린아이는 자신의 증상을 어른처럼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합니다.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표정이 좋지 않을 때가 있고, 배가 아프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다른 이유가 있을 때도 있습니다. 아이가 하는 말뿐 아니라 평소와 다른 행동까지 살펴야 했습니다.

    학부모님들과도 관계가 좋았습니다. 아이의 상태에 관한 제 설명을 믿어주시고 건강이나 생활에 관해 의지해주시는 분도 있었습니다. 어린이집에서 힘든 순간도 많았지만 학부모님들이 보내주신 믿음은 지금도 감사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다만 실제 업무는 보건업무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보건업무가 없는 시간에는 행정업무를 처리했습니다. 어느 직장이든 맡은 업무만 하고 끝낼 수 없는 순간이 있지만, 제가 근무한 어린이집에서는 보건업무보다 훨씬 넓은 범위의 일을 맡게 되었습니다.

    행정업무까지 맡게 된 이유

    저는 보건업무 외에 직원 4대 보험, 기초 회계와 인사관리 업무를 맡았습니다. 보육 관련 포털에 올라오는 구청 공문을 매일 확인하고 어린이집에서 처리해야 할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누리과정 지원 신청과 선생님들의 수당 신청도 제 업무였습니다. 누리과정 운영비를 지원받은 뒤에는 사용 내역과 금액을 정리해 보고해야 했습니다.

    당시‘누리과정 운영비 정산보고’ 또는 ‘보조금 정산보고'업무 외 모든 구청업무는 저의 담당이었습니다. 당시 원장님은 연세가 있으셨고 전산과 행정업무가 익숙하지 않으셔서 제가 대부분 처리했습니다.

    어린이집 상황에 따라 다른 업무도 도왔습니다. 주방이 바쁘면 주방으로 가서 일을 거들었습니다.

    처음에는 다양한 업무를 배울 수 있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린이집 행정과 회계, 4대 보험과 인사업무까지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처리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일이 계속 늘어났습니다. 한 번 도와준 일이 자연스럽게 제 업무가 되었고, 근무시간 안에 끝내지 못한 일은 집으로 가져왔습니다.

    퇴근 후 아이들을 돌보고 집안일을 마친 뒤 다시 어린이집 자료를 펼쳐놓는 날도 많았습니다.

    업무량과 책임은 늘었지만 월급은 그에 맞춰 오르지 않았습니다.

     

    당시 제가 근무한 민간어린이집에서는 보건교사의 인건비가 보육교사처럼 별도로 지원되는 구조가 아니었기 때문에  늘어난 업무와 책임이 급여에 반영되지는 않았습니다.

    어린이집 보건교사 업무분장 질문

    간호조무사 카페에서 활동하다 보면 어린이집 보건교사에 관해 질문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현재 병원에서 근무하면서 어린이집 보건교사로 옮길 준비를 하는 분도 있습니다. 제가 실제로 맡았던 업무를 말씀드리면 다시 생각해 봐야겠다고 이야기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모든 어린이집이 제가 일했던 곳과 같지는 않다고 먼저 설명합니다.

    제가 근무한 곳은 보건교사에게 행정과 회계, 4대 보험, 인사관리까지 맡겼지만 다른 어린이집은 업무가 더 분명하게 나뉘어 있을 수 있습니다. 행정 전담직원이 있는지, 원장과 원감이 어떤 업무를 직접 처리하는지에 따라서도 달라집니다.

    최근 공고 중에도 어린이집 보건업무와 함께 회계업무나 보조교사 업무를 병행한다고 명시한 사례가 확인됩니다. 따라서 ‘보건교사’라는 채용 분야만 보고 보건업무만 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면접에서는 보건업무 외에 어떤 일을 맡게 되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4대 보험과 회계업무는 누가 처리하는지, 구청 공문과 보조금 신청을 담당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지, 주방이나 보육 보조까지 해야 하는지를 물어볼 수 있습니다.

    어느 직장이든 업무분장표에 적힌 일만 정확히 하고 끝내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바쁜 동료를 도울 때도 있고, 내 일이 끝나면 필요한 일을 찾아서 해야 하는 상황도 있습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자신이 맡은 일 외에는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업무 태도를 세대만으로 나누고 싶지는 않습니다. 나이와 관계없이 적극적으로 일을 찾는 사람도 있고, 정해진 업무 범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 역시 동료가 바쁠 때 돕는 것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잠깐 도와주는 일과 계속 책임져야 하는 업무는 다릅니다. 주방이 바쁜 날 한 번 도와주는 것과 주방 보조가 상시업무가 되는 것은 같지 않습니다. 행정업무를 한 번 대신 처리하는 것과 관리자가 해야 할 업무 전체를 계속 맡는 것도 다릅니다.

    그래서 업무분장이 필요합니다.

    면접에서 업무 범위를 묻는 것은 일을 가려서 하겠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자신이 맡게 될 책임을 정확히 알고 오래 근무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4년 만에 퇴사한 이유

    어린이집에 근무하면서 보육교사 자격증도 준비했습니다. 제가 다니던 곳에서 경력을 이어갈 생각으로 학점은행제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필요한 과목을 이수한 뒤 실습까지 마칠 계획이었지만, 실습을 시작하기 전에 코로나19가 확산했습니다. 실습기관을 구하고 일정을 맞추는 것이 어려워졌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19만이 중단 이유였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당시에는 이미 어린이집 업무에 많이 지쳐 있었습니다. 일을 계속하면서 보육교사 자격증까지 취득하고 싶은 마음보다 더는 이 생활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마음이 컸던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싫어서 그만둔 것은 아닙니다. 아이들의 건강을 살피고 학부모님들과 소통하는 일에는 보람이 있었습니다.

    힘들었던 것은 계속 넓어지는 업무와 집까지 가져와야 했던 일, 그에 비해 달라지지 않는 처우였습니다.

    결국 보육교사 실습은 하지 않았고 어린이집에서도 퇴사했습니다.

    약 5년 동안 근무하면서 직장을 보는 기준도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맡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할 수 있는 일과 계속 책임져야 하는 일을 구분하려고 합니다.

    직장에서는 서로 도와야 하지만 업무의 경계가 완전히 사라져서는 오래 버티기 어렵습니다. 업무가 계속 늘어난다면 그에 맞는 권한과 급여도 함께 달라지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모든 어린이집이 제가 근무했던 곳과 같지는 않습니다. 제가 유독 업무 범위가 넓은 곳에서 일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제 경험만으로 어린이집 보건교사 근무를 권하거나 말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어린이집 보건교사를 준비하는 분이라면 근무시간과 월급만 확인하지 말고 실제 업무분장을 꼭 물어보셨으면 합니다.

    같은 보건교사 채용이라도 어린이집의 규모와 운영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일을 하게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상 영유아 100명 이상 어린이집은 간호사 1명을 두어야 하며, 여기에는 간호조무사가 포함됩니다. 최근 채용공고에는 간호사 면허만 요구하는 곳과 간호사·간호조무사 모두 지원할 수 있는 곳이 함께 확인됩니다. 정확한 지원 자격과 실제 담당업무는 각 어린이집의 채용공고와 면접에서 확인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