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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하다 보니 기록

커피를 줄이기 시작한 건 건강 때문이 아니었어요

livingnote-kr 2026. 5. 13. 21:53

목차


    어느 날부터 저녁에 커피를 마시면 잠을 못 잤어요.

    원래 커피를 꽤 마시는 편이었어요.
    아침에 습관처럼 한 잔,
    점심 먹고 나서 한 잔,
    오후에 졸릴 것 같으면 또 한 잔.
    하루에 서너 잔은 그냥 넘어갔어요.

    그게 몇 년 동안 아무 문제가 없었거든요.
    자정 넘어서 마셔도 누우면 바로 잠들었고 
    다음 날도 멀쩡했어요.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저녁 여섯 시에 마신 커피 때문에 
    새벽 두 시까지 뒤척이는 날이 생겼어요.
    처음엔 그냥 피곤한 날이 있는 건가 싶었는데
    그게 한 번이 아니었어요.

    커피 때문인지 한참 후에 알았어요.

    잠이 안 오는 이유를 딱히 찾지 못했어요.
    스트레스가 많아서 그런가,
    날씨 때문인가,
    나이 들면 원래 잠이 없어지는 건가.
    별별 생각을 다 했어요.

    그러다 어느 날 저녁에 커피를 안 마셨더니 
    그날은 잘 잤던거에요.
    다음 날 저녁에 또 마셨더니 또 못 잤고요.

    그때 알았어요
    지금 내 몸에 커피가 문제이구나... 

    예전에 분명히 이러지 않았는데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건지 정확히 기억도 안 나고
    딱 어느 날을 기점으로 바뀐 게 아니라
    꾸준히 무언가가 바뀐 것 같아서
    좀 당황스럽더라고요.
    내 몸인데 내가 모르고 있었다는 걸요.

    찾아보니까 나이 탓이 맞았어요!

    카페인을 분해하는 속도가
    나이 들면서 느려진다고 하더라고요.
    20대에는 카페인이 몇 시간이면 분해됐는데
    40대가 되면 같은 양을 분해하는 데 
    두 배 가까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고 해요.

    그러니까 저녁에 마신 커피가
    예전엔 자기 전에 다 분해됐는데
    지금은 새벽까지 남아있는 거였어요.

    몸이 이상해진 게 아니라
    원래 이렇게 되는 거라는 걸 알고 나니까
    납득은 되는데... 좀 씁쓸한 거 있죠... 

    인터넷으로 여러 가지 정보들을 찾아봤는데요.
    카페인이 커피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도 
    이때 제대로 알았어요.
    초콜릿, 녹차, 에너지드링크에도 들어가 있거든요.
    저녁에 달달한 거 먹고 싶어서
    초콜릿 몇 개 집어먹은 날도
    잠을 뒤척였던 적이 있었는데
    그것도 같은 이유였던 것 같아요.
    한 가지를 조심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었던 거죠.

    끊는 대신 시간을 정했어요.

    완전히 끊는 건 솔직히 자신이 없었어요.
    아침에 커피 없이 하루를 시작하는 게
    저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서.. 
    공감하시는 분들 있으시리라 봐요.

    그래서 오후 두 시 이후로는 마시지 않기로 결심했어요.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그냥 시간 하나 정해봤어요.

    처음 며칠은 오후에 괜히 허전하고 
    기분도 안 좋은 것 같고..
    커피를 마시는 행위 자체가 루틴이 돼 있어서
    뭔가 손에 들고 싶은 느낌이 있었어요.
    그냥 물을 마셨는데
    처음엔 그게 입이 좀 심심했어요.

    일주일쯤 지나니까 적응은 됐어요
    오후 두 시 넘으면 커피 생각이 자연스럽게 줄었고
    억지로 참는 느낌이 아니게 됐어요.

    아침이랑 점심 먹고 나서 한 잔씩은 마셔요
    하루 두 잔으로 줄어든 거긴 한데 
    줄이려고 노력한 것보단
    시간을 제한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네요.
    이게 오히려 더 오래가는 방법인 것 같아요.
    의지로 버티는 게 아니라 
    그냥 서서히 바꾼다고 생각하니 스트레스받지 않았어요.

    짐은 확실히 나아졌어요.

    누우면 바로 잠드는 건 아니지만
    새벽까지 뒤척이는 일은 없어졌고요.
    다음 날 아침이 예전보다는 덜 피곤하고
    몸도 덜 무거운 것 같았어요.

    건강 때문에 줄인 것보다는 
    그냥 잠을 자고 싶었고 
    다음 날 너무 피곤한 게 싫었어요.
    갑자기 건강을 챙기겠다는 다짐은 없었어요 

    나이 드는 게 이런 식인 것 같아요.
    거창한 결심으로 시작하는 게 아니라
    몸이 먼저 신호를 보내고
    거기에 맞춰가는 것.
    뭔가 대단한 변화가 있는 것도 아닌데 
    어느 순간 달라져 있는 나를 느낄 수 있었어요.
    좀 억울하긴 한데 
    그게 나이 드는 거라면 받아들이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억지로 버티는 것보다는요.

    어디서 읽었는데 건강하게 살고 싶으면
    뭔가를 더 하려고 하지 말고
    하던 것 중에 몸에 안 맞는 걸 하나씩 빼라고 하더라고요.
    커피 시간을 줄인 것도 따지고 보면
    그런 거였던 것 같아요.